2010.04.18 에쿠우스.. 문화 감상문

에쿠우스...

알렌 : 정태우

다이샤트 : 조재현

연출 : 조재현



뭐라고 말해야할까...

이 느낌을 잃어버리고 싶지않아서,

이대로 지나가는 감정으로 치워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그냥 잊을수는 없어서 이렇게 펜을 들기는 했는데

막상 쓰려니 무슨말을 써야할지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 벅차고, 행복했다...

이만큼 충만한 행복감을 느껴본 게 얼마만일까..

가슴이 벅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만큼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만큼

이렇게 행복했던 것이... 정말 얼마만일까..

공연이 시작하기 전 프로그램을 읽다가

조재현씨가 2004년 알런으로서 공연을 마치고 적었다던 메모를 읽었다.

" 불꽃처럼 사랑했던 첫사랑의 연인을 13년만에 새롭게 꽃단장하고 맞이했고

그리고 그 여인은 예정된 시간에 가버렸다

'아마도 이젠 다시는 못 올 껄' 하며...

지금 이 바보는 아무 의미 없는 시선을 창밖으로 힘업이 던진다

그 여인이 창문 넘어 간 것도 아닌데...

하면서...


2004.4.27 p.m 1시
에쿠우스 공연을 마치고"

2004년...  내가 내 뜻대로 연극에 미친듯이 매료되기 시작한 시기..

그리고, 그러한 시기에 보았던 에쿠스...

조재현씨의 알런과 그 강렬했던 인상..

오늘 나는 그때로 돌아간듯만 했다.

내 나이 19살, 자유와 넘치는 감정으로,

내가 누구보다 충만할 수 있었던 시기로...

내가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던,

나 자신에게 충실했던 그 때로...

내가 그때보단 나이를 먹어서 일까

아니면 조재현씨의 역할이 알런에서 다이사트로 바뀌었기 때문일까...

6년전의 내가 알렌에게 매료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다이사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강하게 끌리며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을 그렇게 숭배해 모앟는가.

나는 그 무엇에 그만큼의 열정을 다해서

나의 모든 것을 바쳐 빠져들어 봤는가.

문득, 유다가 떠오른다.

그보다 더 어릴적, 중학교 1학년 때

남경주씨가 유다역을 맡았던 "Jesus Christ Super Star"를 보았던 그 겨울날

폭설이 내렸던 그날 밤,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예수를 너무도 사랑했던 유다.

사랑했기에, 너무도 많이 사랑했기에

-자신의 눈으로는- 더 이상은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의 손에 더 크게 무너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자신의 손으로 그 끝을 만들고자 했던 유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결국은 자기 손으로 망가뜨려버릴 수 밖에 없던 그런 극단적인 사랑..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서 숭배가 되어버릴 때까지

종교, 아니 그 조차도 뛰어넘는  그런 무언가가 되어버릴 만큼 말을 사랑했던 알런.

단 한번의 부정조차 그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던,

사실,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미수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알런..

그래서 결국 그 대상을,

10년 이상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던 그 상대를,

자신의 왕을, 그 자신의 신을,

그.... 에쿠우스를...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파괴해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것말고는 다른 방식의 사랑을 알지 못했던,

알런의 그런 극단적인 사랑.

그런 인물이 좋았다.

그렇게 모든것을 다 바쳐서 할 수 있는 사랑이,

그런 열정이 부러웠고, 동경했고,

그렇게 되고만 싶었다.

제도권에 너무 맞춰서 살아온 듯한 내 삶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일까?

그냥 나도 어딘가에 그렇게 미치고만 싶었다.

그러려고 노력도 많이 했었고..

그런데 그때부터, 6년, 11년이 지나고

어느새 25살이 되어버린 나는 지금,

과거에 유다나 알런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친듯이 매료되며 빠져들진 않지만

다이사트와 나를 동일시 한다.

알런을 보면서,

그를 부럽다고, 질투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초기의 냉소적인 태도에서, 점점 본인 내부에 집중해가는 그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고, 그에게 공감한다.

알런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숨겨왔던 고뇌를 드러내고,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 다이사트.

알런을 치료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이사트는 과연 자기 자신을 치유한 것일까?

치유의 첫과정이 직접 대면하는 거이라면 다이사트는 치유의 과정을 시작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행될 수 있을까..?

다이사트의 말대로,

그것들을 없애는 것이 아이들을 nomalization 시키는 것이 과연 그들을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 정상화된 아이들은 과연 아무일 없이 그들의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무엇보다 그 뒤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이 과연 정말.... 그들일까...?

모든 것을 다 말하고 괴로워하는 알런에게

다이사트는 괜찮다고 말들은 모두 떠났다고, 모두 가버렸다고 괜찮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잠시후에 독백으로

그건 다 거짓말이었다고, 에쿠우스는 그렇게 쉽게 떠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떠나버린 것으로 믿고 산다면, 알런은 정말 에쿠우스에게서 자유로운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알런의 가슴속 한구석에서

문이 잠겨진 마굿간 안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에쿠우스는

조용히 아무도 듣지 못하게 뭐라고 속삭이고 있을까...?

다이사트는 과연 그뒤의 자신을 찾아 떠났을까..?

자신이 믿은 죽어버린 신들의 나라,

그나라의 온통 하얀 그 작은 마을로 그는 과연 떠날 수 있었을까..?

6년전 처음 에쿠우스를 보았을 때

내가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는 미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도 지금처럼 생각이 참 많았던 것 같기는 하다.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어떻게든 나를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드는 작품.

다음번엔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까..?

문득 에쿠우스의 대본을 구해 읽고 싶어졌다.


p.s 1 역시 연극은 작은데서 봐야한다. 지난번에 보았을 때는 정심화에서 보다보니 공연장이 너무 컸다. 그래서 조재현씨도 마이크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공연장이 작아지니 알런이 에쿠우스와 하나가 되어 들판을 달릴 때를 제외하고는 각 배우들의 멋진 발성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연극은 마이크 없이 직접 발성을 통한 육성을 통해 듣는 것이 최고다.

p.s.2 가끔은 정말 공연도 혼자 보러 다니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내가 오늘 누군가와 함께 이 공연을 보았다면 나는 이 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이만큼 이 작품에 몰입하고, 이만큼 가슴이 벅차게 행복해 할 수 있었을까..?  눈물이 나게 감동할 수 있었을까..?  너무 행복해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울고 싶어질 만큼 그만큼 내가 행복할 수 있었을까..?

p.s. 3 공연이 끝나고, 그냥.... 멍.....했다....  아직도 극 속에 있는 것처럼, 알런과 다이사트와 말들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p.s.4 누구나 다 똑같다고, 모두가 그런 비밀은, 남에게 말못한 비밀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거라고, 혼자만의 비밀을 그렇게 혼자서 즐기면서 즐거워하고 있는거라고....

p.s.5 6살 때 말을 처음 본건, 바닷가에서 말을 타던 청년을 만난 것은 알런에게 행운이었을까..?  아님 불행이었을까..?  그렇게 혼자서 비밀을 지켜오는 동안 알런은 정말 그 판사 말대로 힘들었을까..?  그렇게 고통스러웠을까...? 어쩌면 질과의 일이 있기 전에는, 그냥, 행복하지 않았을까? 알런이 행복했을거라 생각하는 건 단지 그냥 나의 바램일 뿐인가?